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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밖에 있는 사람 (아빈저연구소)

논곰 2022. 4. 18. 22:50

상자 밖에 있는 사람

누군가의 노고로 쓰여진 책을 평가하기보다는 책을 읽고 느꼈던 '저의' 감상을 위주로 정리하고자 합니다. 

읽게 된 배경

 부스트 캠프를 들으면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는 변승윤 님의 '두런두런' 시간이다. 사실 취업 준비를 위해 들어온 우리들을 위해 취업에 관련된 정보를 말씀해주시기 위한 시간이었지만, 해당 강의를 들으면서 막연하게 알고있던 '나'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었다. 몇 주에 한 번씩 있는 강의를 기다리다 드디어 저번 주에 세 번째 강의를 듣게 됐다.

 세 번째 강의에서 협업과 소통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 말씀하시다가 자신의 인생 책 3, 4 등에 있는 책이라고 하시면서 '상자 밖에 있는 사람'을 추천해주셨다. '상자 밖'에 있어야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상자 밖'이라는 개념을 자세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날따라 궁금증이 생겼다. '과연 저 책에서 얘기하고 있는 상자 밖은 어디를 의미하는 것일까' 그리고 왜 강사님이 '자신의 인생책 3, 4등'이라고 말씀하셨는지 궁금해지며 '읽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책들은 실제로 후에 나에게 꽤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줬었다)

 그리고 주말에 중고 서점에 들려서 바로 책을 구매했고 하루만에 책을 다 읽어버렸다. 그리고 강사님의 말을 단번에 이해해버렸다. 해당 책은 내가 막연하게만 느끼고, 생각했던 인간관계에 대해서 세세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핵심 내용

 이 책은 '톰 캘럼'이라는 인물이 '재그럼'이라는 업계 상위권에 있는 회사에 들어가서 회사의 고위 간부들(버드 부사장, 케이트 사장, 루 전 사장)과 나누는 얘기를 위주로 진행된다. '재그럼'이라는 회사는 상자 밖에 있었기 때문에 성장을 할 수 있었고, 상자 안에 어떻게 들어가게 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상자 밖에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얘기를 해준다. 

상자 안에 들어가기

 우리는 주어진 상황에서 장애물에 집중하게 되면 '상자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상자 안에 있게 되면, 우리는 사람들을 나와 같은 '인간'이 아닌 '대상'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우리 자신이 만든 상자 속에 갇혀서 다른 사람들을 대하게 되고, 나 스스로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된다. 그리고 상자 안에 있는 우리는 이때부터 다른 사람, 더 나은 가치, 목표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합리화 된 '나'를 위해서 일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자기 배반'을 통해 상자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자기 배반: 다른 사람을 위해 내가 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에 반하는 행위 

책에서 버드 부사장은 '평일 새벽 아이의 울음에 깨었을 때의 상황'을 예시로 '자기 배반' 과정을 설명한다. 

  1. 새벽에 아이의 울음소리에 깨어났다.
  2. '아내가 잠을 더 잘 자게 하기 위해서 일어나서 아이를 달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3. 하지만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도 재우러가지 않는다. (자기 배반이 발생)
  4. 내가 일어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생각 - (오늘 출근해서 힘들었음, 내일 출근해서 중요한 일을 해야함. 아내는 상대적으로 편했음. 나는 부지런하고 중요한 사람임)
  5. 그리고 아직도 일어나지 않은 아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됨 - (아직까지 일어나지 않고, 나는 중요한 일을 해야하는데, 아내는 게으르고, 이기적이고 형편없는 사람이다!)

 만약, 위의 자기배반 과정을 거쳐 상자 안으로 들어가게 된 이후부터는 일어나서 아이를 재우거나, 재우지 않거나 모든 행동의 의미가 없어진다. 이미 나는 나를 정당화 하기 위해서 모든 행동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해당 예시를 든 이후 책에서는 자기배반 과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자기 배반 과정

 5~7은 '공모'라는 부분으로 나 자신이 상자 안에 들어가면서 자기 배반이 발생하게 되고 그로 인해 '대상' 스스로 상자 안으로 들어가게 하는 것을 말한다. 정리하자면 한 명이 '상자 안'에 들어감으로써 공동체 모두에 악영향이 미치게 된다. 

상자 밖으로 나오기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상자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일까? 책은 루 전 사장의 입을 통해서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한시라도 빨리 상자 밖으로 나와야 한다는 강렬한 열망을 느꼈던 순간에 나는 이미 상자 밖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말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상자 안에서 소용없는 일'을 설명함으로써 우선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 지에 대해서 설명한다.

 

상자 안에서 소용없는 일

 위의 노력들은 '상자 안'에서나 '상자 밖'에서 할 수 있는 행동들이고, '상자 안'에 들어가 있다면 저런 일들 모두 의미가 없다고 얘기한다. 그렇다면 '진짜' 상자 밖에 나오기 위해서, 저러한 일들이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만일 문제가 먼저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문제와 직면한 상황들을 좀처럼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 대한 저항을 그만둘 때, 우리는 상자 밖에 있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이 책에서 얘기하는 것은 모든 문제를 나 이외의 환경, 사람, 상황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서 출발을 하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늘 남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위한 삶을 살라는 얘기는 아니다. 단지, '그들을 인간으로 보고 감사하는 것, 다른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는 것, 상대방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제서야 상자 밖에 나와서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고, 모든 행동들이 의미가 있어지는 것이다.

단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것과 가능성에 동기를 부여하며,
훨씬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것입니다.

할 수 있고, 또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생각 및 느낀 점

 사실 책의 초반부를 읽을 때 쯤에는 주인공인 '톰 캘럼'에 빙의해서 '그래서...어쩌라는 걸까?'라는 살짝 부정적인 마음이 들기는 했다. '상자'라는 애매한 용어를 사용하면서 '상자 밖'에 나와야 한다는 얘기를 계속 했지만 정작 그 상자가 무엇인지 몰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과 같이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되었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자'라는 개념을 아는 것이 아니라 '나'를 아는 것이었다. '상자 안'에 들어가게 되는 과정은 '나'에 대한 자기합리화 때문이고, 결국 '상자 밖'에 나오게 되는 과정도 '나' 자기 자신을 그대로 이해했을 때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앞선 글에서 얘기했지만, 사실 내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인간관계도 책에서 얘기하는 바와 크게 틀리지 않았었다. '다른 사람에게 기대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는 옳은 행동을 하면 되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왜 그렇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설명하지 못했고, 그냥 그렇게 하다보니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해 왔었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가 했던 일들을 통해서 왜 상황이 좋아졌었는 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고, 별로였던 상황에 대해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결국 내가 다른 사람과 상황을 어떻게 봤었는지에 따라 상대방도 달라졌던 것이었다.

 

 사실 '상자 안에서 소용없는 일'은 우리가 인간관계를 해결하고자 할 때 생각할 수 있는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저런 노력을 하고나서 '나는 충분히 노력헀어. 그런데 저 사람이 바뀌지 않아'라고 얘기하고 주위에서도 '그 정도면 많이 노력했지'라고 얘기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하지만 책을 읽고나서 '그러한 노력이 상자 안에서 했던 노력이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됐다. '바뀌지 않을 걸 알지만'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었거나,  '나는 문제가 없지만 내가 져준다는 생각'을 가지고 한 노력이지 않았을까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나도 상자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책 말미에 있던 '상자 밖에 나오기 위해 명심해야 할 일'에 대해서 정리해두고자 한다. 틈틈이 기억 나지 않을 때마다 꺼내어 읽고, 나 스스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겠다.  

상자 밖으로 나오기 위해 명심해야 할 사항들

 마무리로 정리하자면,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특히, '왜 내 주위 사람들은 다 문제가 많지?'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더욱더 추천해주고 싶다. 나는 책의 14번째 주제인 '공모'를 읽으면서 한 가족이 생각이 났다.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부모님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학생과 더 어긋나는 학생을 보면서 답답해하는 부모님의 모습이 생각이 났다. 누가 먼저 상자에 들어갔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누군가가 '상자 안'에 들어갔기 때문에 결국 모두 상자 안에 들어가서 어려움을 겪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학생과 부모님에게 이 책을 선물해보고 싶다.

 물론 책을 읽자마자 '아 내가 문제가 있었구나, 자기 정당화를 멈추고 상자 밖에 나올거야!'라고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책에서도 상자 밖으로 꺼내줄 수 있는 사람, 환경이 있어야 그것을 알게 된다고도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책을 선물해주는 입장에서 '상자 밖'의 존재를 알려주고자 하는 것만 우선 생각하려고 한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그 사람이 써내려가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 사람에 대해서 기대하는 것도 내가 그 사람에 대한 상자 안에 들어가는 것이 될 수도 있으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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