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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견문록

함께자라기_애자일로 가는 길 (김창준)

논곰 2022. 7. 17. 18:02

함께 자라기_애자일로 가는 길

누군가의 노고로 쓰여진 책을 평가하기보다는 책을 읽고 느꼈던 '저의' 감상을 위주로 정리하고자 합니다. 

읽게 된 배경

 부스트 캠프 중 두런두런을 통해서 애자일 문화를 이해하기에 좋은 책이라는 소개를 들었었고, 다른 분들도 좋다고 얘기해서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부스트캠프를 진행하느라 잊고 있다가 5월 말 여자친구에게 생일선물로 받게 되었다. 그리고 6월 중 부스트캠프가 종료되자마자 읽게 되었다. 

 책의 분량은 많지 않고 내용도 흥미로워서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애자일이 왜 유행하고 있는지. 그리고 막연히만 생각하고 있던 좋은 IT 기업, 성장할 수 있는 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책을 읽자마자 정리하려고 했는데, 기업 지원을 하고, 기술면접이나, 알고리즘 공부 등을 하느라 시간이 부족하다 한 달만에 정리하게 되었다. 

핵심 내용

 책은 세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크게 "자라기", '함께", "애자일"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목차를 보고 재밌다고 생각했던 것은 애자일에 관한 책이지만 정작 애자일은 마지막에 얘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책 서두를 통해서 왜 그렇게 구성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애자일'이라는 용어, 기법에만 집중하지만 애자일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라기"와 "함께"가 기반이 되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1. 자라기

 자라기는 말 그대로 학습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학습은 학교학습이 아닌 야생학습이다. 학교학습은 혼자서 정해진 틀 안에서 주어진 커리큘럼을 따라가면서 정해진 정답을 고르는 것이다. 반면 야생학습은 협력적으로 평가도, 자료도 한정이 없고 정답도 없는 환경에서 불분명한 목표를 향해가는 학습을 하는 것을 야생학습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야생학습을 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와 더불어 양이 아니라 질적인 학습을 수행해야 한다. 그저 단순히 공부 시간만 채우는 것이 아닌, 자신의 기량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반복적으로 하는, 의도적 수련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의도적 수련을 하기 가장 좋은 환경은 피드백을 짧은 주기로 얻을 수 있는, 실수를 교정할 기회가 있는 환경이다. 그리고 애자일 프로젝트에서는 다음과 같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또한, 실행 프레임과 학습 프레임에 대해서 얘기한다. 실행 프레임은 현재 주어진 과업이 뭔가 좋은 성과를 내는 걸로 생각하는 틀을 말하고, 학습 프레임은 현재 주어진 과업이 내가 얼마나 배우느냐로 여기게 되는 틀을 말한다고 한다. 정리하자면 일을 바라볼 때, 성과를 내기위해 vs 얼마나 배울지로 얘기할 수 있고, 추가적으로 때문에 vs 덕분에로도 볼 수 있다.

 

 자라기 챕터에는  의도적 수련을 강조하면서, 학습하는 나의 마음가짐, 피드백의 중요성, 커뮤니케이션 능력, 동료와의 협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다양한 예시를 통해 얘기하고 있다. 해당 챕터를 읽으면서 많은 공감을 할 수도 있었고, 새로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었다. 실수는 방지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거나, 지루함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 프로그래머의 사회적 자본과 기술 역량을 길러야 하는 이유 등은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주제였다. 그리고 이러한 자라기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는 '애자일'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됐다.

2. 함께

 사람들은 협력이 중요하다고 얘기를 하지만, 실제 프로젝트 진행 양상을 보면 초반에 일을 세밀하게 나누고 선을 긋는다. 하지만 실제 일을 가장 잘 나눌 수 있을 때는 프로젝트가 완료되는 시점이다. 함께 챕터에서는 일을 잘 하기 위해서는 일을 잘 나누는 능력이 아닌 진짜 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함께에 대한 주제 중 하나인 신뢰를 쌓는 공유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협업을 진행한다고 무조건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 우선 신뢰 자산이 높아야하는데, 이는 조직들 간에 높은 수준의 신뢰가 기반되어 있어야 한다. 신뢰를 쌓을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투명성과 공유, 인터랙션이다. 우리는 공유를 할 때 복수 공유를 해야 한다. 내가 생각했던 아이디어 중 최선, 최고의 경우만 뽑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것뿐만 아니라 좋지 않은 것도 같이  뽑아가는 것이다. 하나의 주제만 가져가면 심리적인 불안을 갖게 된다. '작업물=나'가 되고, 주제에 대해 방어적인 태도를 갖게 되며, 상대방도 좋은 피드백을 할 수 없다. 하지만 복수 공유를 하게 된다면, 주제가 여러 개이니 상대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좀 더 편해진다. 실제 실험 결과도 복수 공유를 했을 때 좀 더 상호적으로 대화하고, 실제 주제에 대한 신뢰도나 성과도 더 좋았다고 한다. 그러니 신뢰를 쌓아가는 공유를 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함께 챔터에서는 위와 같이 '나'와 '기술'보다는 나와 관계를 맺는 '상사, 동료, 고객'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얘기한다. '아무리 뚜렷하고 객관적인 지표가 있더라도 듣는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통과되지 않을 수 있다든가', '어려움에 빠진 동료에 상황을 확인하고 이해해주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게 해준다'와 같은 얘기. 심리적 안전감(내 생각이나 의견, 질문, 걱정, 혹은 실수가 드러났을 때 처벌받거나 놀림받지 않을 거라는 믿음)의 중요성, 탑다운 방식의 함정, 애자일 확률론(일 공유의  중요성) 등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애자일이 생각하는 진짜 협업이 무엇인지, 애자일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이해를 시켜준다. 

3. 애자일

 애자일 방법론은 좁게는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이라고 해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한 가지 스타일을 말한다. 하지만 광의의 애자일 방법론은 단순한 개발 방법론이 아니라 일하는 한 가지 스타일, 혹은 더 넘어서서 삶을 사는 방식으로까지 확장한다. 그리고 삶에 애자일을 적용시킬 수 있는 핵심 구동원리가 바로 학습(자라기)과 협력(함께)이다. 학습과 협력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좋은 대응전략이 된다. 불확실한 삶을 살아나갈 때 애자일적 태도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얘기한다. 여기서 얘기하는 애자일적인 삶이 바로 '함께 자라기'하는 삶이다. 

새로운 상황에 대해서 계속 배우고 맞춰 나가기(학습)
한 사람이라도 통찰(실패든 성공이든)을 얻으면 공유함으로써 전체가 개선(협력) 

 애자일 챕터에서는 이제 책에서 말하는 진짜 애자일, 함께 자라기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얘기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애자일을 팀에 잘 적용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말한다. "고객에게 매일 가치를 전하라"라는 말로 애자일을 압축해서 하나의 씨앗이라고 표현한다. 각각의 단어가 의미하는 바는 '고객(협력의 대상)', '매일(학습의 빈도)' '가치 전달(신뢰 전하기)' 즉, 애자일의 핵심 요소인 함께 자라기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애자일의 성공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팀적으로만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특히, 성숙도가 낮을수록 더 중요하다고도 얘기한다. 애자일을 잘 적용시키기 위한 방법을 '함께', '자라기'를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생각 및 느낀 점

 처음 책을 읽을 때는 '애자일 방법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 수 있겠구나라는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방법론'보다는 애자일이 가지는 가치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애자일이라는 소프트웨어 방법론을 주제로 삼았지만, 책의 핵심은 '함께'와 '자라기'이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공유하고, 협력하며 그 상호작용 속에서 의식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얘기한다.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책이라고 생각했지만,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목표를 향해 가는 모두가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공감을 했었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이전의 내 모습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좋았던 프로젝트는 왜 좋았었는지, 조금 잡음이 있었던 프로젝트는 왜 그랬었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으며, '함께'와 '자라기'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새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매일 피드백을 통해 동료들과 같이 성장하는 것 그게 바로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애자일인 것 같다. 

 

(추가) 최근에 면접을 가서 책을 읽고 있다고 얘기하다가 해당 책 얘기를 하게 됐다. 그러다가 '애자일을 잘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할까요?'라는 질문을 받아서 '팀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고 책에서 봤던 예시를 들어서 얘기를 했었다. 책에서 얘기했던 주제 중 하나였기 때문에 당시에는 꽤 잘 대답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정리하면서 생각해보니 정작 '함께 자라기'에 대한 내용을 얘기하지 못했다. 다음 번에는 '함께 자랄 수 있는 환경(피드백과 공유를 통해서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얘기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